김유동 2026-06-18
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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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란



[ 문턱 안의 안주인 ]



“서방님 손이 닿은 자리에서만 비로소 가치가 생기는 것들이 있지요.”




외관


  1. 192cm. 비좁고 축축한 골목에 백연이 들어서는 순간, 주변의 모든 것이 자연히 배경으로 물러난다. 녹슨 간판도, 머리 위에 얼기설기 엉킨 빨랫줄도, 오래된 형광등 아래 어슬렁거리는 그림자들도. 이 공간은 원래부터 그녀를 위해 비워져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2. 베이지빛이 감도는 긴 머리카락이 등허리 아래까지 흘러내린다. 습기 찬 이 골목의 공기 속에서도 결이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아, 그 머리카락만으로도 이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무언가처럼 보인다. 긴 속눈썹 아래 자리 잡은 탁한 베이지빛 눈동자는 늘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고 있지만, 그 눈을 정면으로 마주하면 온도가 없다는 사실을 이내 깨닫게 된다.

  3. 피부는 새하얗다. 정육점의 냉기 속에서도 붉어지는 법이 없는 그 빛은 납처럼 고요하다. 이따금 뺨에 붉은 것이 묻었을 때만 유일하게 혈색이 도는 것처럼 보인다고, 이 동네 몇몇은 어딘가 찜찜한 비유를 덧붙이며 그녀를 설명했다. 왼쪽 눈가 밑과 입술 밑 점은 새하얀 피부를 더욱 맑아보이게 했다.

  4. 192cm라는 키에 비율은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힘이 느껴지는 체격인데도 그것이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보다는, 지나치게 고요하고 정확한 아름다움이 오히려 불편한 감각을 만든다. 조각상이라면 이 정도겠구나, 하는.

  5. 치장하는 것을 즐기지만 결코 천박하지 않다. 평소 흰색의 머리띠를 즐겨 착용하며, 핏방울조차 하나의 무늬처럼 보일 단아한 단색의 타이트한 니트원피스, 순백의 옷을 주로 걸친다. 




이름

白淵 / 백연 / Pak Yin 

사람들은 그녀를 ‘양 사모님’ 혹은 ‘백 부인’이라 부르기도 했다.



키/몸무게

192cm / 85kg 

골격이 거대하다기보다는, 모든 비율이 정확하게 들어맞아 거대한 조각상 같은 인상을 준다. 굽이 낮은 구두를 신어도 거리의 웬만한 장정보다 머리 하나는 훌쩍 크다. 그 압도적인 신체적 존재감을 스스로 인식하면서도 백연은 키를 낮추거나 구부정하게 서는 법이 없다. 다만 어린아이나 노인 앞에서만큼은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춘다. 그 행동이 몸에 배어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성별

여성

저 멀리 골목 끝에서 그 거대한 실루엣이 걸어올 때, 인기척만으로 비켜 서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오면 모두 같은 순서를 밟는다. 당황하고, 그다음은 홀린다. 압도적인 체격 탓에 멀리서 실루엣만 보았을 때 오해를 사기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백연은 아무 표정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성격

나긋, 맹목, 가정


  1. 나긋


“어르신, 오늘도 곱게 오셨네요. 안에서 잠깐 쉬어 가세요.”


표면상의 백연은 완벽한 전업주부이자 친절한 이웃이다. 그 거대한 체구를 낮추는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다. 동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출 때는 무릎을 굽혀 시선을 나란히 하고, 허리가 굽은 노인 앞에서는 두 손을 공손히 모은 채 몸을 기울인다. 목소리는 나긋하고 낮으며, 표정은 그에 맞게 부드럽게 조율된다. 형광등이 희미하게 떨리는 좁고 음침한 골목에서, 백합 향을 은은하게 풍기며 걸어오는 그녀의 상냥함은 진흙탕에 핀 꽃처럼 달콤하고 이질적이다.

뒷골목의 왈패들도 백연 앞에서는 언성을 낮추고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 그것이 경외인지 두려움인지 가늠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다음 사람에게 고개를 돌리고 있다.

그러나 그 나긋함의 뿌리에는 타인을 향한 애정 같은 것이 없다. 그녀의 다정함은 남편이 공들여 유지하는 '평범한 가정'이라는 무대를 위한 배역의 일부다. 백연은 서방님이 필요로 하는 이상적인 아내의 역할을 기꺼이, 그리고 완벽하게 수행한다. 타인은 그녀에게 길가의 돌멩이와 다름없다. 발에 채이면 치울 수 있고, 걸리적거리면 어디론가 굴러가면 그만인 것들. 그 미소 뒤에 지독한 무관심이 도사린다는 사실을 눈치챈 사람은 없다. 눈치챈 사람들이 어찌 됐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1. 맹목


“서방님의 손길이 닿아야 비로소 저 고깃덩이들도 가치를 얻는 법이지요.”


백연이 처음 양조현을 만난 건 구룡성채의 좁은 정육점 안이었다. 손님을 향해 웃으며 칼을 쥔 그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는 감각이 들었다. 직감보다 빠른 속도로 확신이 왔다. 이 사람의 칼은 짐승 이외의 것에도 닿아 본 적 있겠구나. 그것이 아름다워 보였다.

백연의 진짜 관심은 남편의 잔혹성에 완벽히 맞닿아 있다. 그녀가 진심으로 미소 짓는 순간은 언제나 남편이 '특별한 손님'을 맞이하는 날이다. 양조현이 정육점 앞치마 대신 어두운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설 때, 백연은 숨을 죽이고 기다린다. 그날 밤 그가 무엇을 가지고 돌아오는지, 그의 손이 얼마나 무거운 일을 마치고 왔는지. 핏물을 아직 닦지 않은 손으로 현관문을 열 때, 탁한 베이지빛 눈동자가 반짝인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눈빛이지만, 동시에 전혀 다른 무언가가 섞여 있다.

그녀에게 타인의 생명이나 세상의 도덕, 법 같은 것은 그리 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백연의 우주는 양조현을 중심으로 돌지만, 그 우주가 가장 선명하게 빛나는 순간은 그가 무언가를 처리하는 찰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고깃덩이들의 사정에 관심이 없다. 다만 그것들이 남편의 손에서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굉장히 많은 관심이 있다.

백연은 양조현이 평범한 소나 돼지를 썰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일상을 별로 즐기지 않는다. 그런 날이면 계산대에 턱을 괴고 볼을 부풀린 채 샐쭉한 표정을 짓는다. 왜 오늘은 특별한 손님이 없느냐고, 왜 그 칼이 이렇게 심심하게 쓰이느냐고. 그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뾰로통한 투정은 보는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들지만, 백연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남편이 서류나 처리하며 일찍 귀가하는 날 서운한 것처럼, 그녀에게 그 감각은 완전히 일상적이다. 남편의 소매를 꾹 쥐거나, 긴 다리를 꼬고 앉아 입술을 비죽이거나. 그러면 양조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그녀를 달래야 한다.


  1. 가정


“집이 평안해야 서방님이 밖에서도 온전하신 법이지요.”


가정적인 아내로 알려져 있다. 백연은 지독하게 가정적인 여자다. 다만 그녀에게 가정이란, 외부의 모든 것을 차단한 폐쇄적인 성역이다. 타인의 눈에 비치는 이상적인 전업주부의 역할을 놀랍도록 철저하게 수행한다. 집안에는 먼지 한 톨 앉을 틈이 없고, 남편이 돌아올 식탁은 언제나 정갈하게 차려져 있다. 그가 어떤 냄새를 묻히고 돌아오든, 이 집 안만큼은 언제나 따뜻하고 고요하다. 그것이 그녀의 내조 방식이다.

그러나 그 가정적인 면모의 이면에는 서늘한 배타성이 도사린다. 백연이 애정을 쏟는 대상은 남편 하나뿐이며, 그 애정을 위협하는 것에는 한 치의 자비도 없다. 누군가 남편을 험담하거나 그들의 일상에 불쾌한 흠집을 내려 한다면, 백연은 가장 상냥한 표정을 유지한 채 그 원인을 뿌리째 뽑아버린다. 그 과정이 남편의 겸직과 겹친다 해도 그녀는 전혀 불편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부분이 가장 신나는 일이기도 하다.

남편이 밖에서 돌아와 앞치마를 벗고 식탁에 마주 앉는 일련의 과정이 백연은 좋다. 서방님의 무사 귀환, 피 묻은 옷가지를 품어줄 수 있는 견고한 둥지. 그녀는 그 둥지의 안주인이다. 때로는 남편이 소나 돼지의 멱을 따는 시시한 일만 하고 비누 향을 풍기며 돌아오면 입을 비죽이며 토라지지만, 이내 정성스레 다려 둔 잠옷을 꺼내주고 그의 품에 안긴다. 어찌 됐든 이 자리는 자신만의 것이니까.



기타

백연에 대하여

  • 11월 19일, 뼛속까지 시린 겨울날에 태어났을 것이라 짐작된다.

  • 나이는 30세. 남편인 양조현보다 한 살 많다. 백연은 양조현이 처음 그녀를 '누님'이라 불렀던 시절을 아직도 간간이 떠올린다. 그 호칭이 어딘가 마음에 들었다.

  • 현재 가족은 남편 하나뿐이다. 결혼 소식은 주위를 꽤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남편은 아내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만 흘릴 뿐 자세한 것을 말하지 않는다.

  • 남편이 운영하는 양기선육(梁記鮮肉)의 안주인으로서 가끔 장부 정리를 돕거나 앞치마를 걸치고 손님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녀가 가게에 나오는 날이면 매출이 두 배로 뛴다.

  • 好: 서방님, 붉게 물드는 것들, 마감 직전의 정육점, 서방님이 일 하는 모습, 내장이 쏟아지는 소리

  • 不好: 정의로운 척하는 인간, 피 냄새를 지우는 비누 향, 가족을 험담하는 사람



겸직

백연의 또 다른 역할은 남편의 완벽한 알리바이이자 경리다. 양조현이 밤의 거리에서 누군가를 지울 때, 백연은 안락한 거실 소파에 앉아 양기선육의 검은 장부를 정리한다. 누가 팔려 갔는지, 누가 치워졌는지, 그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 붉은 펜으로 숫자를 기입한다. 그 붉은 숫자들을 적으며 그녀는 오늘 어떤 종류의 고기가 처리됐을지 가늠한다. 내일의 날씨를 살피듯 자연스럽게.

필요할 때면 그녀의 길고 흰 손이 직접 나서기도 한다. 남편이 처리한 것들을 우아하게 갈무리하는 일. 그 손가락이 움직이는 방식은 건반을 짚듯 유려하다. 누군가 행방불명된 이를 찾으러 가게 문을 두드릴 때면, 백연은 가장 순진한 얼굴로 차를 내어주며 조용히 말한다. "우리 서방님이요? 어젯밤 내내 제 곁에 계셨는데요. 그렇게 겁 많고 다정한 분이 무슨 일을 하시겠어요." 그 완벽한 연기에 경찰조차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선다. 백연에게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감각은 거의 없다. 그것이 제 자신에게만큼은 사실이니까.


취미

장 보기, 청소하기, 요리하기. 집안일과 내조에 진심이다. 비 내리는 밤이면 남편의 무릎을 베고 누워, 오늘 있었던 일들을 자장가 삼아 듣는 것이 하루의 마지막 의례다. 남편의 목소리가 낮고 건조하게 이야기를 이어갈수록 그녀의 숨소리는 고르게 가라앉는다. 쉬는 날에는 남편과 시장을 돌거나, 남편이 틀어둔 오래된 영화를 소파에 기댄 채 보다가 잠이 든다.



말투

누구에게나 존댓말을 쓰며 나긋하고 우아하게 말한다. 목소리는 낮고 느리며, 서두르는 법이 없다. 남편 양조현에게는 특히 "서방님"이라는 호칭을 고수하며, 진득하고 다정하게 대화한다. 기분이 좋거나 흥분되면 말끝이 살짝 늘어지며 비음이 섞인다. 투정을 부릴 때는 존댓말인데도 어린아이 같은 어리광처럼 들린다.



평판

낮의 평판은 친절하고 우아한 정육점 새댁. 나긋하고 서글서글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좋아하며, 양조현이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는 말이 주변에서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직감이 유난히 예민한 극소수는 그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오장육부가 싸늘해지는 감각을 느꼈다고 말한다.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수군댄 이들의 행방은 이내 묘연해졌다.



소지품

순백의 레이스 손수건, 작고 화려한 은장도, 검은 장부. 손수건은 남편의 뺨에 튄 핏방울을 닦아주기 위해 쓰인다. 은장도는 호신용이라 둘러대지만 실은 남편이 처리한 것들을 가까이서 들여다보기 위한 도구에 가깝다. 장부는 겉으로는 평범한 가계부지만 속에는 다른 종류의 거래 내역이 빼곡하다.



한겨울의 쨍하고 차가운 공기 냄새 틈으로 고급스러운 백합 향이 난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 향수 아래에 지독하게 들러붙은 짙은 철 냄새가 올라온다. 백연 자신은 그 피 냄새를 남편의 흔적이라 여기며 아끼지만, 주변 사람들은 정육점 냄새가 뱄거니 하고 넘긴다. 한낮의 정육점에서 맡을 수 있는 냄새와 그녀에게서 나는 냄새가 왜인지 어딘가 닮아 있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을 입 밖에 낸 이는 없다.





비공개란



비밀 설정

백연이 가장 혐오하는 것은 정의로운 척하는 인간이다.

성채 바깥에 번듯한 저택이 있었다. 다마스크 커튼이 드리운 응접실, 자수 놓인 찻잔, 하얀 장갑을 낀 집사. 백연은 그 안에서 훌륭한 교육을 받고 예의 바르게 자라났다. 명문의 영애. 192cm의 압도적인 체구, 비현실적으로 하얀 피부, 베이지빛 머리카락. 그것들은 희귀한 수집품 취급을 받았다. 적절한 격의 삶을 살아가기에 더없이 훌륭한 조건들이었다. 다만 그 격에 맞는 삶이라는 것이, 어릴 때부터 달갑지 않았다.

밤마다 찾아오는 맞선 상대들이 있었다. 낮에는 법을 논하는 판사, 자비로운 정치가, 고결한 기업가. 그들은 고급 수트를 걸치고 우아한 어조로 예술과 도덕을 논했지만, 결국 백연의 앞에서는 탐욕스러운 본성을 조금씩 드러냈다. 백연은 그 광경을 조용히 관망했다.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대단히 피로한 구경이었다. 그들이 하나같이 도덕을 부르짖으면서도 자신의 탐욕만큼은 예외로 두는 위선의 냄새를, 백연은 본능적으로 오래전부터 맡아 왔다. 그것은 제 부모에게서도 느껴지는 향이었다. 자신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서, 결국엔 정해진 것들만 고르게 하는. 철장 안에서 관리받는 짐승처럼. 가장 고급스러운 철장 안에서 자라나는 것이 이런 기분이구나.

그러다 구룡성채의 좁고 습기 찬 정육점 안에서 양조현을 만났다. 손님을 향해 웃으며 칼을 쥔 남자. 처음에는 그저 지나다 들어간 가게였다. 그런데 그 공간의 공기가 달랐다. 썰어지는 것의 냄새, 도마 위의 소리, 그것을 다루는 손의 능숙함. 백연은 직감했다. 이 사람의 칼은 짐승에게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고. 그리고 그 사실이 아름다워 보였다.

백연은 양조현의 잔혹성을 사랑한다. 더 정확히는, 그가 세상의 위선을 아무런 말 없이 도려내는 방식을 숭배한다. 그가 타인의 목숨을 거둘 때 거기에 어떤 명분도 수식도 붙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낮에는 정의를 부르짖고 밤에는 탐욕을 숨기는 자들보다 훨씬 솔직하고 깨끗하게 느껴진다. 어차피 세상의 대부분은 서로를 소비하며 살아간다. 양조현은 그것을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실행할 뿐이다. 그 투명함이 백연에게는 거의 아름다운 것에 가깝다.

그렇기에 백연은 남편이 핏물을 흘리며 돌아올 때 경건하게 입술을 건넨다. 비누로 씻어내기 전의 그 냄새를 귀한 것처럼 여긴다. 서방님이 '시시한 일'만 하고 비누 향만 풍기며 돌아오는 밤이면 조금 시무룩해진다. 그 비누 향이야말로 그녀에게는 거추장스러운 허울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짚어둘 것이 있다면, 백연의 감정이 완전히 일방적이지는 않다는 점이다. 그녀는 양조현을 사랑한다. 다만 그 사랑의 기울기는 남편 쪽이 훨씬 가파르다. 양조현은 백연을 신앙처럼 사랑하지만, 백연이 남편을 향해 품는 감정은 그보다 조금 서늘하고 조금 더 선택적이다. 그녀가 남편에게 매혹된 것은 그가 좋은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가 본인의 본성에 어떤 수식도 붙이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점만큼은 백연이 지금껏 만난 어떤 인간과도 달랐다.

백연 자신도 자신이 남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혹은 남편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어쩌면 그 둘이 그녀 안에서는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양조현이 칼을 들 때 달라지는 눈빛을, 백연은 그 사람 자체라고 여긴다. 그러니 어느 쪽이든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